황금알 시인선 119 ㅣ 이성률 시집

'둘레길' 황금알 출판 

죽을  것  같았다.

나는  내  동생이.  정말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언젠가  돌아가신  아버지  품에서  나온  지갑에서

먼저  가신  작은  아버지의  오래된  증명사진이  나왔는데,

그렇게  나도  내  동생을  가슴에  묻어야하나  했다.

상처가  너무  깊고  아파  죽을  것이라는  예감.

아,  내  동생이.  그러나  나는  형인데도  어쩌지를  못했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주질  못했다.

그런  내  동생이  하나님의  은혜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화작가,  시인이  되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꼬르륵' 이  당선되

등단을  했고,  올  겨울에는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동화는  수년간  대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고,  9권의  저서  가운데 

동화집  '엄만  내가  필요해!' 는 중국  국영출판사와  계약이  완료되어

13억  중국  대륙을  관통할  예정이다.

기쁘다.  지인에게  부탁해  낙관을  선물했다.

국전작가인  진산  김동규  선생이  내게  돌을  고르라  할  적에

동생이  장수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장수의  소망을  담은  문양과  돌에  그의  이름  석  자

‘이 성 률’ 을  2천여  년  전  갑골문자로  새겼다.

황토빛깔  고운  인주를  꾹꾹  묻혀  낙관하렴.

이성률  시편들에는  그의  삶처럼  貧者로서의  고뇌와

회한이  들어있다.  욕망과  이기적인  사랑의  파편적  허위를

고스란히  들춰내면서  

더  큰  사랑이  무엇이고,  인간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시  속에서  말’ 을  건네고,  ‘마음의  귀’ 를  열어가는

시적  행보는  세밀하고  대범하다.

일상사에서  포착한  대상을  생명적으로  소통하는  

비움과  채움의  시선은  상큼하고  신선하다.  시안의  성찰의식을

우주적인  통찰로  승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