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혜와 내가 낳은 둘째 아들 이 황이가 오늘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황이는 며칠 전 봉혜가 사 준 새 신발과 새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는 학교로 먼저 갔고,

뒤이어 봉혜와 나는 단골 꽃집에 들러 들꽃 묶음의 간소한 꽃다발을 만들어

졸업식장으로 갔습니다.

졸업식 시간을 잘못 알려 온 문자메시지 때문에 교문에 줄지어 있어야 할 꽃다발시장이 파하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 로 시작하는 졸업식가도 듣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강당에서 식을 마치고 교실이 졸업생과 부모님들로 부산했습니다.

교실 뒤편에서 황이의 뒷모습과 황이 친구들, 그리고 황이를 애지중지 지도해 준

담임선생님의 마지막 당부의 모습을 애잔히 지켜보았습니다.

지난 시절 우리들의 졸업식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선생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임시 반장의 목소리도 또렷하고, 학생들의 마지막 인사에 선생님의 표정도 밝습니다.

이 녀석들 알기나 할까요. 먼 훗날 이 날 이 자리 이 순간이 그 얼마나 그리울 것임을 ..     

3학년 4반의 에이스 이 황이가 오늘 따라 웃음이 적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스쳤겠지요. 

교실을 나서는 친구들마다 이 황이와 사진 한 방씩을 찍고 갑니다.

선생님이 떠나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교실에서 서성입니다.

담임선생님은 교무실에서 손때 묻은 몇 권의 책을 황이에게 선물하고는

힘들고 고단했던 황이의 고교 3년을 그렇게 놓아주셨습니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황이에게 점심으로 짜장면을 사주었습니다.

맛있는 고추잡채가 더해진 것이 예전과는 달라진 메뉴입니다.

찐빵도 주문했습니다. 설탕그릇을 부탁해 찐빵을 꾹꾹 묻히며 아버지를 추억했습니다.

그리고는 황이에게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는 시절이라고. 그러므로 목표를 너무 단정하지 말고 

한 걸음씩 찾아가라고. 찾아가는 여정은 매듭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여정과 매듭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새 너는 너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아버지, 저는 오늘 매우 기쁩니다. 당신의 두 손자 고등학교 졸업사명을 완수했습니다.

튼튼하고 착하게 반듯하게도 키웠습니다.

나는 오늘 단잠을 잘 것 같습니다. 

아버지, 황이 꿈에 들꽃 한 다발 건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