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들은 수놈끼리 서로 싸워서 이기는 놈이 그 무리의 지배자가 된다.

싸움에서 지는 놈은 죽거나 쫓겨나거나 아니면 복종해야 살아 남는다.

사람도 털없는 원숭이라 이런 짓을 몇 백만 년 해왔다.

인류의 역사를 돌에 새기고 쇠에 녹여 부어 수천 년 수만 년을 남겨왔어도,

결국 싸움하고 물어뜯은 기록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어거스틴만 참회록을 쓰고 루소만 참회록을 쓸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국가도 폭력의 산물인 짐승의 전통을 이어온 것이다.

그래서 예수와 석가는 땅의 나라를 멀리하였다.

맹자가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한다 했지만 또한 권력을 멀리한다.

한 자리 얻을까 하여 권력의 주변을 맴돌지 않는다.

요즘 종교지도자, 학자들까지도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의 감투를 좋아한다.

감투 얻어 쓰는 맛에 이 세상 나온 보람을 느끼는 모양이다.

감투를 쓴 사람에게 옳은 제자도 없겠으나 은사라고 쫓아 다닌다.

마하트마 간디가 국가주의에 찬동한 것은 조국 인도가 국가 조직으로 인해

자유를 얻는 데 있었다. 톨스토이가 국가를 용납한 것도 비폭력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의 역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인류를 위해서라면 

모든 국가는 망해도 좋다는 일관된 신념이 있었다.

우리는 국가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는 그나마 민주주의를 잘하는 길밖에 없다.

정치라는 우상을 온전히 깨뜨릴 때 민주주의는 바로 될 것이다.

그러나 옛것을 익혀 새것(진리)을 찾아가는 이 맛, 이 재미에 비할 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