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처럼 오늘 점심부터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인천에서도 지금 이 글을 쓰며 바라보는 창 밖엔, 

하얀 눈이 펄펄 옛이야기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뜨락의 자목련 꽃봉오리에 내리던 성긴 눈발이

어느새 아스팔트를 덮고, 주차된 차와 지붕 위에 쌓이고 있습니다.

눈 내리기 전 축구를 하고 돌아온 것이 다행입니다.

운동장에서 끓는 주전자 물로 커피를 마시며, 새벽에 있었던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 승리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구자철과 지동원의 젊은 스타플레이어의 출현과 그들의 유럽 무대 진출도 점쳐 보고,

번외지명 멤버에서 일약 한국축구의 미드필더 자원으로 떠오른 

이용래 선수의 부지런한 플레이에 대해서도 칭찬이 많았습니다. 

한국축구의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내리는 눈은 벌써 한양아파트를 덮고, 경비아저씨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참새들도 어디선가 내리는 눈을 바라만 보고 있는지 조용합니다.

외출이 잦은 아파트 지하 검은 고양이도 두문불출입니다.

눈이 내리면 모두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는가 봅니다.

나도 가만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이 내리는 눈으로 가득합니다.

눈의 하늘입니다.

어제 타개한 고 박완서 선생님도 어디선가 이 눈을 바라보고 있겠지요.

남편과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픔을 견디며 잘 살다 간 우리 시대의 어른이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그 분의 작품들을 간직하고 눈내리는 날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눈은 내리고 내리는 눈은 쌓이고, 쌓인 눈 위로 사람들은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갑니다.

나도 박완서처럼 잘 살다 갔노라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2011년 1월 눈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