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일입니다.. 아기예수가 오신 그 새벽입니다.

아기예수 탄생일자의 기록이 희미해 기독교 종파마다 

주장이 다르고 기념일이 다르지만,

오늘 새벽은 일찍 일어나 예배당엔 가지 못하고

출출한 달과 별을 바라보며 별빛아래 거닐다 돌아왔습니다.

아직 봉혜와 황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시각이 일곱 시인데 난방보일러를 켜도 되겠냐고 살짝 물으니

잠결의 봉혜가 단호히 안 된다고 합니다.

시절의 하수상함이 봉혜 목소리에도 묻어납니다.        

내가 사는 동춘동의 새벽 거리가 춥고 싸늘합니다. 

간밤에 산타도, 주님의 평화도 아니오신 듯 합니다. 

예배당의 기도 소리가 저렇게 요란한데 말입니다.   

어제는 한 신문사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의 단체장 후보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며

사진과 프로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거절은 못하고 그러마 했지만 왠지 가슴결림이 있습니다.

나는 퇴계 이황의 목민관을 존경해 왔습니다.

관직에 나가면서 학문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 자신을 높이고,

시대를 헤아리지도 못했으면서 세상을 일구는 데에 용감했던,

과거 우리네 선비들의 실패의 교훈을

마음깊이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어서 공경하는 그 분이 길을 열지 않으면

가서도 아니되고 갈 수도 없다는 미덥지 못한

작은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설령 내가 그 길을 가게 된다 해도 그건 하나님의 뜻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힘으로 이뤄지는 일일뿐

나의 능력과 뽐냄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50여 년을 살아오며 이래저래 생의 혹독한 경험과 훈련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리라 다짐도 서건만,

고백하건대 나의 길은 그 분의 길이며

나는 그 분의 소유이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어,  

지금 걷고 있는 작은 이 길에도 감사와 기쁨이 넘칩니다.

아직도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이기적 욕심의 태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사태들도 너무 가슴저립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다만,

진리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 나타난 오늘 성탄일에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 위에는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