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날씨가 차갑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눈보라가 날리는 겨울 새벽 몇 글자 적어 올립니다.

교수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저에게도 멀리에서 기쁩니다.

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아들 둘을 등에 업고

뒤늦은 학문의 길을 걸었던 터라,

바라볼 이 없는 제게 스승이 생겨 

교수님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놓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많았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부진 몸매와 얼굴이 해남 제일의 농사꾼 제 아버님을 닮으셨고,

당신처럼 학군장교가 된 제 아들을 기뻐해 주셨지요. 

지금도 저의 소식을 물으신다는 전갈에 가슴메입니다. 

교수님.

교수님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살았더라면 지금쯤

더 나은 자리에서 뵈올 수 있었건만 아쉬움이 크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길도 후회없이 가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被選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젠 마라톤의 출전은 줄이셔야 하겠습니다. 

몰래 이국행 밤비행기를 타고 홀로 마라톤을 완주하며

하셨을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요.

첫 제자의 뒤늦은 기쁨을 교수님의 깃발에 살짝 매답니다. 

이동하던 이문동 지하철에서 박사논문의 지도를 받던

그 추억의 고마움이 이 겨울밤 눈물에 비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내년에는 꼭 찾아뵈올까 하옵니다.

제자 이성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