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은 군대에 가 있는지라 집엔 봉혜와 나 둘뿐이다.

저녁밥을 조금씩 남은 취나물과 미나리나물에

고추장과 들기름을 부어 비빔밥으로 먹고 치웠다.

시력이 약해진 봉혜가 안약을 넣어 달라며 서재로 왔길래

방거사 얘기를 고조곤히 들려주었다. 

"그럼 처자식은 어떻게 됐는데?" 묻길래

그 후의 이야기는 모른다고 했다.

방거사(龐居士, ?~808)는 마조 선사의 재가 제자로

성은 방(龐)씨이고 이름은 온(蘊)이다.

거사는 원래 큰 부자였다.

어느날 거사는 집문서 땅문서는 물론 

집에 있는 온갖 보석들을 호수(洞庭湖)에 버리겠다고

부인과 딸 앞에서 선언했다.

그러자 딸이 물었다.

아버님,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버리시려 합니까?

방거사가 대답했다.

재산은 탐욕을 부른다. 그러니 재산이 원수가 아니겠느냐?

진정한 보시는 탐욕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딸이 되물었다.

재산을 주는 것이 탐욕을 주는 것입니까?

방거사가 말했다.

그렇다. 나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까 망설였다만

나에게 원수가 된 재산을 남에게 넘길 수는 없다.

방거사는 재산을 모두 호수에 버리고 오막살이집에서 생활했다.

집 근처에 있는 대나무로 조리를 만들어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다.

거사는 청빈한 정신으로 탐욕과 잡념을 멀리하고

마조선사를 만나 깨닫고 이렇게 그 경지를 노래했다.

사방에서 함께 모여 들어 저마다 무위법을 배우네

이것이 부처를 뽑는 곳이니

마음이 텅 비어 급제해서 돌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