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귀신(鬼神)’이라고  하는  것은  서양말  ‘고스트 ghost’의  번역어  의미이다.

공총자,  한서  등  전통적  언어를  빌려도  귀신은  요괴(妖怪)  이상의  뜻을  지니지  않는다.

요괴의  특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독립된  실체적  존재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수운  최제우에게  귀신(鬼神)이란  정통적  주자학의  세계관을  표방하는  의미이며

그것은  천지  우주생성의  음양론의  변주일  뿐,  일체  실체론적  존재성을

갖지  않는다.  수운의  귀신론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천지인  삼재론에  있어서  하늘은  양(陽)을,  땅은  음(陰)을  대변한다.

동학론에서  수운은  삼재를  설명하면서  천을  오행의  강(綱)으로,  지를  오행의  질(質)로,

인(人)을  오행의 기(氣)라고  표현했다.  기(氣)라는  것은  결국  양기와  음기가

묘합(妙合)하여  매우  잘  조화된  상태이므로  사람이  최령자(最靈者)가  되었다는  뜻이다.

인간은  천과  지의  묘합인데  천은  펼쳐나가는(神)  창조적  기운이  있고,

지는  창조의  바탕으로서  수렴하여  되돌아가는(歸)  기운이  있다는  것이다.

이  천의  기운을  신이라  하고,  지의  기운을  귀라고  했다.

이  신과  귀를  인간에게  적용해서  부르는  말이  혼(魂)과  백(魄)이다.

혼은  하늘의  기운이기에  죽으면  하늘로  퍼져가고(神),  백은  본래  땅의

기운이기에  죽으면  땅으로  돌아간다(歸).

중국  남송의  유학자로  유교  오경의  참뜻을  밝히고  성리학(주자학)

을  창시한  주자(朱熹, 1130~1200)는  말한다.  ‘귀신’이란  어떤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음양이  자라나고  줄어들고  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귀신을  비실체적인  우주  만물의  과정으로  논하는  이  같은  담론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조선왕조의  지식인들에게는  너무도  편안한  명제이었다.

귀신은  천지  생명의  다른  이름이지  고스트가  아니었다.

수운은  천지를  귀신으로  파악하는  길만이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가장  영성이  깊은  인식의  체계이며,  하느님을  바르게  이해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수운에게  나타난  하느님의  최종적  자기확인은  이러하다.

"鬼神者,  吾也.  귀신이  바로  나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