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내린  비로  아침  화단의  흙이  촉촉하고  지난  주  심은

채송화  봉숭아  잎이  생기를  되찾았다.  뻗다가  만  단호박  줄기와  잎은

튄  빗방울에  잠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화단이  메마를  때는  수돗물을  당겨  뿌려주건만  식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

인줄  구별을  잘  한다.  국화며  둥글래  그리고  꽃대를  불쑥  내민  산나리와  

휘리  릭  앵두나무  휘감은  야생머루  또한  안심하며  늦잠을  자고  있다.

주후  2023년  7월을  앞둔  6월  열하루  아침  하늘은  참  맑고  밝다.

아파트에  함께  사는  굴뚝새  소리  힘차고,  드높은  창공  잔잔한  구름은

내  머리  위에  머무르며  그  옛날  저  하늘  무심코  치어다  보던

남쪽의  두메나산골  한  어린이를  회상케  한다.

또  이런  아침이면  옛  사람들은  불가지  신을  생각했었겠구나,

그리워하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꼭  하늘에서  하나님이

구름  속  햇살같이  이  세상을  보고  있겠구나  하는.

어느덧  내  삶이  육십년을  넘었다.

이젠  다른  이의  흉내나  내는  짓을  더는  말아야지  다짐해본다.

게으르지  않게  옛  것은  익히되  새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금부턴  게을리  말아야지  마음  판에  새긴다.

그것이  내가  나를  잘  사는  길이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  세상을  다녀가며  벽돌  하나  쌓는  보람이요  기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과  못된  풍습에  메이는  일은  필시  멈추리라.

더는  비굴하지  않으며  헐값에  나를  팔지  않고  가리라. 

결코  종노릇하지  않으리라.  나는  고유한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졌고  그분의  성품을  지닌  예수만큼  석가만큼

고유한  피조물이니까.  피조물  넘어  고유한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