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오전 9시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한 빌라 1층.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이곳은 출생 신고가 되지않

은 A(8)양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이웃주민들은 8살짜리 여자아이가 집 안에 있다는 걸, 벽너머로 목소리가

들려 겨우 알았다고 한다.

집 초인종 바로 밑에는 '신생아가 자고 있어 초인종 대신 살짝 두들겨 달라'는  종이가 부착돼 있었고 문틈으로

보이는 집 안은 A양이 커왔던 흔적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옷장 문엔 빨간색과 초록색의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서랍장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뽀로로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여덟살 아이가 주검으로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우리들은 무엇을 했던가?  4.0 전자정부를 표방하는 정치와

행정이 투명인간으로 살아온 아이를 몰랐다고만 변명을 할 셈인가. 책임이 그 부모에게만 있다고 말하겠는가

마음이 미어진다. 반복되고 있는 인천의 정치와 행정의 민낯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입 발린 소리로만 정치와 행정을 할 것인가.  지난 15일 오후 3시 쯤 친모인 B(44)씨는 아이가

죽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A양은 B씨에게 살해되어 일주일간 시신을 집안에 방치해 뒀다가 신

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딸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A양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할 지자체는 A양의 존재를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다.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A양이 대한민국에서 8년 넘게

의료보험혜택은 물론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입학 등 기본적 복지와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로 방치돼 있었

음에도 가당키나 하는 말이던가.

재발 방지를 위해  출생 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조기에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참 일어나지 말아야 할 후진적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꿈많고 여리디여린 어린아이들

을 투명인간처럼 살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이러고도 인천의 교육과 복지를 말할 참인가.

 2021.1.19.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