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는  '소리의  뼈는  침묵' 이라  했던가.

나는  집  안에  있고  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분다.

바람에  흔들리는  잣나무  꼭대기가  무엇인가  신호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말이  없다.  

나라가  위태하다.  自主 평화통일의 길은 멀기만 하다

70여년  묶인  남북의  저  종메를  누가  풀어  타종할  것인가.  

바람찬  겨울나무에  걸린  연처럼  날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  뉘  창공에  띄울  것인가.

위로처럼  바람을  타고  하나  둘  지상에  내려오는  눈송이도

땅에  닿기  전에  녹고,  이렇게  춥고  바람  부는  날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외출을  삼가며  주님께  기도하는  밖에.

요즘  나는  ‘티벳  사자의  서’를  흥미롭게  조심  읽고  있다.

죽음의  순간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른다는  티벳  최고의  경전. 

북방불교(티벳불교)  이해에도  유익하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가르침  가운데

니르바나의  경지를  체득한  고타마  붓다가  그의  제자들에게

(비밀리에  전했다는)  슬픔의  끝을  이렇게  설한  부분이  있어  적어  본다.

제자들이여,  흙,  물,  불,  바람이  없는  세계가  있다.

그곳은  끝없는  공간도  아니요,  끝없는  생각도  아니요,

무(無)도  아니고,  생각과  생각  아님도  아니다.

그곳은  이  세계도  아니요,  저  세계도  아니다.

그곳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무름도  없으며,

죽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그곳은  슬픔의  끝이니라.

어떤  대상에  달라붙으면  떨어짐이  있지만,

대상에  집착하지  않으면  떨어짐이  없다.

떨어짐이  없는  곳에  휴식이  있고,  휴식이  있는  곳에  욕망이  없느니

욕망이  없으면  가고  옴이  없고,  가고  옴이  없으면  죽음과  태어남이  없다. 

죽음과  태어남이  없으면  이  세상과  저  세상  또는 

그  사이(바르도)가  없나니,  이  때  모든  슬픔은  끝나니라.

제자들이여,  변화하지  않고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상을  갖지  않은  세계가  있나니

불변,  불생,  부조(不造),  무형의  세계가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형상을  가진  세계로부터  벗어남이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