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설을  앞  둔  햇볕이  따스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반장연과  가오리연을  띄우지  못하고

서성이던  그  옛날  고향의  밭둑과  논둑길이  생각나는  아침. 

어머님이  살아계셔주셔서  감사하다.

엊그제  전화  온  친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명절에

갈  곳이  없어  허전하다고  했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곁에  없다는  것.  언젠가  나도, 

너도  사라지고  없겠지.  아,  없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  없는  것을  지식을  빌려  정리해본다.

‘없는  것’ 이란  없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의  인식은  진짜  없음,  

절대  무無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없다’ 는

없음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빠진  것’,  ‘부족한  것’,

‘결핍이  있는  것’ 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각종  실험과  관측결과를  토대로  이젠  정밀과학  영역으로  진입한

137억  년  전  매우  작은  점에서  시작하여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탄생이론(빅뱅이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치  태초  이전에  물질이  없는  무한한  공간이  있어  왔는데,

어느  순간  그  공간  속  작은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나

무한히  팽창하는  물질적  우주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사고  습관에서  나온  것일  뿐.

우주는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없다.  태초  이전에는

물질뿐  아니라  공간  자체도  없다.

텅  빈  공간마저  없는  완전한  무無를  우리는  그려볼  수가  없다.

인간의  유한성은  시공간상의  물리적  조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앎과  인식  자체도  유한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있음’의  신비에  대해  경외하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이  넉넉한  하나님  품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주고  길러주는

그  분의  집이라는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