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로  처가댁에  김장을  다녀왔다. 

해마다  이맘때  하는데  여간해서  건너뛰고  싶지  않은  기쁘고  흐뭇한  행사다.

올  해  김장도  속이  두껍지  않게  꽉  차고  달직한  배추를

천일염을  녹인  미지근한  물에  배추  숨을  절인  후

어머니께서  민물새우를  갈아  정성으로  만들어  놓은  양념을  입혔다.

짜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하루  지나  정신을  차린  김장이 

적절히  살아  난  덕에  짜지도  싱겁지  않게  맛이  좋다.

지인에게  주고도  싶은데  다시  채워져  올  빈  그릇이  걱정이다.

내려가는  길에  황이가  제안한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에  들렀다.

산길로  접어드는  구곡진  길은  비포장이었고,

산중턱  아래  안동평야엔  낙동강  본류가  굽이져  흐르는데

잔잔한  물살이  겨울  이는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앞산과  낙동강이  일품이다.

만대루를  떠받치고  있는  오래된  나무기둥과  나무기둥의  받침돌은

깍지  않은  자연그대로이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유생들의  오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병산서원은  인근  하회마을에서  나고  자란  서애  유성룡  선생을  기린  서원인데, 

조선의  서원철폐  운동에도  살아남아  그대로의  모습이니  좋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의  다녀간  기념식수도  보이는데,

나는  꼭  나의  옛적을  방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회마을에  들렀을  때도  눈에  드는  것은  대갓집  기와보다는

마을의  정다운  흙벽  골목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