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생명체와  죽지  않는  생명체의  차이  중  하나는  크기다.

한쪽은  너무  작고,  다른  한쪽은  크고  다양하다.

한쪽은  단세포이고  다른  한쪽은  다세포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죽음을  터득하지  못한  생명체는

단세포  생활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죽을  줄  아는  생명체만이  계통발생을  통해  복잡해지고

덩치가  커지고  중추신경계를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죽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고등  생명체의  출현과

번성의  결정적인  열쇠였다.  고등생물의  구성  세포들은  모양이  다양하고

저마다  전문적인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세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일부는  생식을  포기하고  스스로  죽는다.

전체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며,  나아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속한  전체  세포집단의  운명에  귀속시킨다.

그리하여  지구상의  모든  다세포  생명체는 

개체를  이루는  세포집단이  한정된  시간  동안  삶을  누린  후,  끝내는 

다함께  죽는  운명을  밟는다.

죽음은  그  자체로  분명한  의미가  있다.

죽음은  나무,  조개,  새,  메뚜기가  되기  위해  치른  대가요, 

인간이  의식을  갖기  위해  치른  대가이며,  그  모든  빛나는  인식과

그  모든  사랑을  의식하기  위해  치른  대가이다.

다세포  생명체의  삶은  죽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고등생물은  죽음을  전제로  탄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  죽음이  함께  심어졌다.

죽음은  다세포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능력과  세밀한  기교,  아름답고  화려한  형태로  삶  속에  기억된다.

다세포생물의  특징을  이루는  모든  것이,  애초에  죽음과  함께

찾아온  능력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의  필연성이며  동시에  가능성이다.

죽음은  더  이상  우리의  뒤를  좇는  저승사자가  아니다.

우리와  동행하는  동반자이고,  어쩌면  우리의  생명과  함께  주어진

하나님의  은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