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봄  날  오후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다  나는  하루를  땡땡이  하고,

집에  돌아  온  봉혜는  곤한  잠을  청하고  있다.

삼십  대에  이사  오면서  심었던  산수유  꽃이  마치

장렬히  터진  수류탄의  파편  같다.  물오른  자목련  가지의  솜털은 

미세한  태양풍에  사부작  인다.

생각해본다.  떠가는  흰  구름이  달에  걸리지  않듯

어쩌면  나는  지금  그리스도를  통해  하늘에  있는  자요,

동시에  육체로는  땅에  머물며  영원을  사는  자.

그나마  내가  용기를  얻고  안심하며  혹독한  이  세상을

이  만큼  지나고  있는  것도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이미 

성취하신  승리  때문이다.

내  스스로가  만들고  갖춘  의가  그  어디에  있겠는가?  - 단연코  없다.  

그분이  십자가에서  흘린  피를  믿어  나는  속량을  받았고,

그분의  은혜로  나는  내가  얻을  것을  얻었으며,

그분으로  인해  나의  의는  하늘에  있다.

그러니  나는  이제  보답하는  마음으로  싸움을  즐기고,

생의  목적일랑  변덕스러운  이  세상의  흥망성쇠에  두지  않고

만고불변의  하나님  바짓가랑이를  붙들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