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  말미를  읽어  내려가고  있다.  중간  부분  백여  페이지는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번역된  문장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를  정도로  엉터리다. 

마치  여러  명의  번역을  소설가  조성기의  한  사람  번역인양  억지로  묶어  놓은  것  같다. 

더구나  높이  평가받던  해당  출판사가  번역  오류를  짚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책의  말미에  이르러  카를  융의  인간  의식과  무의식의  융합의  필요,  신과  인간의  상호  신화적  표상,  

영원을  사모하는  인간  의식화  과정이  어디까지  이를지  고백은  유익했다. 

융이  말하는  무의식은  인간  경험에서만  얻어지는  것  아니라,  우리  깊숙이  내재한  실재적  자기이며

들려오는  하나님  말씀이기도  하다.  특히  창조주가  자신을  의식했다면을  가정한  그의  논리적

주장은  놀라운  것이다.  나름  옮기자면  이렇다.

인간은  성찰하는  정신  덕분에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되며,  인간  본성이  특히

의식의  발달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그의  정신을  통하여  증명한다.  의식의  발달을  통하여

그는  자연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세계의  현존을  인식하며  이를테면  창조주를  입증한다. 이로써  세계는  현상이  된다. 

의식적인  성찰  없이는  그렇게  될  수  없는  셈이다.  창조주가  자신을  의식했다면  그는  

의식을  지닌  피조물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種)과  피조물을 

생산해내는  데  수백만  년을  소비한  지극히  우회적인  창조과정이  목적지향적인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자연의  역사는  먹고  먹히는  수백만  년의  과정을  통한  부수적이고  우연한  종의  변화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약육강식에  관해서는  생물학적이고  정치적인  인류역사가  충분히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  정신의  역사는

별개  문제다.  여기서는  성찰하는  의식의  기적,  제2의  우주진화론이  끼어든다. 

의식의  의미는  무척  커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추측하지  않을  수  없다.  어마어마하고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생물학적  향연의  어딘가에  의미의  요소가  숨어  있다고  말이다. 

그  의미의  요소는  분화된  뇌와  항온동물의  단계에서  마침내  자신을  표명할  수  있는  길을  우연처럼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의도되거나  미리  내다본  것이  아니라  어두운  충동으로부터  예감되고, 

느낌으로  알게  되고,  손으로  더듬어  찾아진  것이다.  라고.

우리는  인간의  의식화  과정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지,  그것이  어디로  인간을  옮겨놓을지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면에서는  비밀로  가득  찬  세계에  살고  있다는  신비를  감지해야 한다. 

기독교  성경  창조신화에도  인간  의식의  역사적  변형이  예견되어  있다. 

그것은  뱀의  모습을  한  창조주의  적이  출현하여  첫  인간에게  선악을  알게  되는  의식성의  증대를

약속하면서  하나님에게  불순종하도록  꾀는  내용이다.  또  천사의  추락  즉  타락한  천사가  무의식  과정을  통해

인간세계로의  침범  그리고  하나님이  약속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  예수의  모습으로  구원을  실현한 것도

인간  의식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기독교  초기  성육신  관념은  ‘우리  속의  그리스도’ 라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창조주에게도  결정적  사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가능성이  의식화  과정  속에  내재하고  있는지  또 

인간이라는  종(種)이  고대  동물  종류처럼  번성했다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가능성과  관련해  생물학은  지금까지  어떤  반대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