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내  고향  해남을  다녀왔다.  정확히는  두륜산  자락  현산면  동리  안평리다.

포대기에  싸여  외할머니  허리에서  자랐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까지  뛰놀고  꿈을  키웠던  곳.

초등(국민)학교  친구들을  일제히  만나는  건  47년  만이고

고향의  방문길은  23년 만이다.  그동안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임을  만들어

이어져  왔는데  나는야  올해야  알게  되어  참석한  것.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전국에서  삼십여  명  친구들이  모였다.  나는  혹시나  하여  이틀을  더한

3박  4일  일정으로  둘째  아들과  동행했다.

육십  고개에  접어든  친구들이  조심스러우면서  참  반가웠다.

새벽까지  이어진  수다에  새록새록  이름과  어릴  적  얼굴이  떠올랐다.

준비해  온  음식도  맛있었고  헤어지던  날  차  트렁크엔  싸준  선물로  가득했다.

이튿날  다  함께  대흥사를  걸어  오르면서

1975년  가을,  2박  3일  대흥사  수학여행길을,  몇은  밥  지을  쌀을  메고서

도보로  함께  넘었던  덕흥리  산마루  고개를  손짓하며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모두의  뺨에  아롱졌다.

떠나기  전  현산초등학교와  중학교,  안평리와  탑동

땅끝마을과  달마산  도솔암  자락을  오가며  바라보았던  금강리와  신방리와  두모리의  벌판  

또  차창  가에  스치는  구시리와  만안리,  학의리,  고현리, 일평리,  읍호리와  고담,  

초호리의  모습엔  우리의  어린  시절이  묻어났다.

아,  눈길이  머문  멧부리  모양은  그대로이건만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옛  모습  사라지고  낯선  풍경이  다가왔다.

너른  들녘은  비닐하우스에  덮여  있고,  사시사철  흐르던  넓은  내는  좁아지고  말라  있었다.

돈을  벌러 친구들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친구들은  야무지게  잘  살아왔다.  아들딸  시집  장가를  보내고  손주  본  친구도  여럿이고

아쉽게도  고인이  된  친구들도  있다.  기회  닿는  대로  만나며  살기를 ...

하는  일  욕심  없이  잘하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구나

그립고  반가운  현산초등학교  56회  졸업생  나의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