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창비  출판 ㅣ 권정생  산문집

" 하늘이  좋아라  노을이  좋아라

  해거름  잔솔밭  산허리에  기욱이네  송아지  울음소리

  찔레  덩굴에  하얀  꽃도  떡갈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하늘이  좋아라  해  질  녘이면  더욱  좋아라."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이  1986년  「안동  문학」에  발표한  시다.

2007년  그가  떠나고  5년  후에  발간된  그의  유고  산문집

‘빌뱅이  언덕’  후반부에  들어  있는  아름답고도  슬픈  제목이  된  시다.

나는  최근  이 산문집을  밤잠에  들기  전  조금씩  아껴  읽어왔다.

왜냐면  책에서  만난  그분과  오래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인데,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빌뱅이  언덕  아래  양철지붕을  인  작은  흙집을  그려보며

그의  가슴  아린  글을  읽은  후  잠이  들면  꿈은  달고  잠은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화작품은  아동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

가난과  질병을  벗어난  적이  없으되  70년  그의  삶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가난한  하느님의  일생이요  우리에게  남긴  그의  위대한  유산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우리를  향해  자연  속에서  가난하게  살라고,

부디  가난하게  살라고,  그것이  바로  잘  사는  삶의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모두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가난을  지켜야 한다고.

가난만이  평화와  행복을  기약한다고.  가난이란  바로  하늘의  뜻이라고.

민주주의도  가난한  삶에서  시작되고,  종교도  예술도  운동도

가난하지  않고는  말짱  거짓  거리  밖에  안  된다고.

전쟁과  가난  때문에  얻은  병마와  싸우면서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예수를  만나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맑은  목소리로  삶 · 문학 · 사상이

일치한  삶을  살고  간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

나는  수소문해  그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도  사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