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노나라를  떠나  진나라와  초나라로  가는  길은  희망의  여정이었다.

그  노정에서  은자를  만나거나  스쳐지나간  것은  어쩌면  공자의  마음속에  은둔하고  있던

도가적이고  은자적인  또  다른  자신과의  대화일  수  있다.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있는  황량한  광야에서  포위당해  식량이  바닥나고  

전란  속에  심신이  지쳐가고  있을  때에  제자들이  

불평  섞인  질문을  공자에게  던진다.

스승님,  우리는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방황해야  합니까?  또  스승님의  도는  너무  크고  원대해  받아들여지기가  힘듭니다.

어째서  자신의  도를  조금이라도  낮추지  않으십니까?

공자가  언짢아하며  말했다.

사(자공)야!  농부가  씨를  뿌렸는데,  뿌린  것  모두를  거둘  수  있겠느냐?

장인이  만든  정교한  작품이라도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는다.

군자가  도를  통달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되는  것도  아니다.

애제자  안회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선생님의  도는  천하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받아들여지지  않은  연후에  더욱더  군자의  참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공자  생애의  마지막  5년간,  초기의  제자  가운데,  어떤  사람은  떠났고(자로),

어떤  사람은  죽었고(안회),  어떤  사람은  정사에  종사하느라  바빴다.

끝까지  공자  곁에  남아  있던  대다수는  후기의  나이  어린  제자들이었다.

역사가  강물처럼  흐른다면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다.

흙모래와  함께  뒤섞여  흘러가는  역사의  물결은  ‘도’로  가는  길을  막아버린  것  같다.  

어느  곳이  강을  건널  수  있는  나루터일까?  이  책은  

황하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을  공자  최후의  20년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