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을  떤  태풍  '솔릭'이

게  눈  감추듯  동해바다로  사라진  한반도에는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렇듯  시린  가을  하늘을  볼  때면

떠오르는  이가  한  사람  있다.

34년  전  군(백마부대)에서의  일이다.

가을  해질  무렵이었다.

부대를   떠나던   씁쓸한   뒷모습의   김중사.

출퇴근  자전거에  살뜰히  집으로  가져갈  찬거리가  아닌 

그의  책상  소지품을  묶고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려던  참이었다.

파주  금촌의  사창가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직업군인이  되었고,  아들  낳고  잘  살아가던  그에게

무슨  어려움이  닥쳤던  것일까..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어디론가  홀로  떠난다고만  했다.

병사들을  동생처럼  돌봐  온  그가  떠나기  며칠  전

회식자리에서  부른  노래는  '백마야  우지  마라'  였다. 

지금  그는  어디메  가고  있는  것일까.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데

거칠은  타관  길에  주막은  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