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기가  싸하다.

지난여름  아파트  화단의  제초를  담당했던  위탁업체의

무자비한  풀베기와  숨어  살던  진드기와  벌레들의  습격으로

뿌리와  줄기며  이파리가  만신창이  된

화단의  국화가  노랗고  앙증맞게  예쁜  꽃을  피웠다.

대견하기도  하고,  국화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꽃잎에  코를  박았더니  옛  향기  그대로다.

올  해  단지  내의  단풍  색깔도  제  각각으로  곱다.

그래서인지  떨어진  낙엽을  빗자루로  쓰는  경비아저씨들의  손놀림은  경건하다.

인사를  하고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을  세바퀴  돌았다.

오늘도  이른  아침을  수다로  여는  할머니들이

정자  벤치에  앉아  준비해온  이야기와  목소리의  크기로  

상호간의  서열을  재확인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참새와  비둘기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쫓겨  간  것인지  직박구리들의  째지는  목소리  또한  없다.

공원은  플라타너스  낙엽과  침착한  흙으로

가을  길을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