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진 봄밤은 공기도 부드럽다. 

뜨락 산수유나무가 부산하다. 

태양이 떠오르면 노오란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땅속에서 무엇인가 사부작댄다.  

산나리와 난초는 이미 도타운 흙을 박차고 얼굴을 내밀었다.

지렁이 친구들도 부산타.

하나님이 주신 제각각의 성실함을 살고 있는 거다.

조이스 럽 수녀의 '산티아고 가는 길'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녀와 함께 걸었던 길동무 톰 페퍼(Tom Pfeffer) 목사는

카미노에 다녀온 지 6개월 후에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톰 페퍼 목사는 그녀와 걸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카미노)'이 

자신의 죽음을 위한 영적인 준비였던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 페이지를 이렇게 맺고 있다.   

"카미노는 순례자에게 전진을 가르친다.

 순례자는 과거에 머물 수 없다.

 모든 순례자들처럼 나도 현재 속에 살아야 하고,

 계속해서 인생길을 나의 훌륭한 스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