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화원에서 단호박 모종 셋을 사다가 작다 싶은 화분에 함께 심었는데 하도 몸부림하기에 한 뿌리 슬쩍 캐어 옮겼다 뿌리가 다쳐서일까 아니면 낮 선 환경으로 긴장과 불안해서일까나 영 잎과 줄기 시들해 보이길래 며칠을 관찰하다 어제는 속으로 내일 아침 아예 뽑아내 버려야지 하고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보았더니 거짓말처럼 앙금 같은 샛노란 단호박꽃이 단디 보란 듯이 활짝 피었는데 꼭 내 마음 부끄럽게 들킨 듯하여서 미안하다 하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인간의 죽음에도 무한책임을 지신 하나님의 마음은 오죽하시려나
- lee sung man (1962.2.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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