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사진  속  풍경이  있다.

나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30개월  11일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했는데,

바로  이맘때가  가수  이용이  부른  노래  '잊혀진 계절' 처럼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부대를  떠나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대장은  전역을  2개월  앞둔  나에게  2주간의  유격훈련대상에서  제외하는

배려를  해주었고,  이어  7일간은  중대에서  또  1주는  중대  앞의  연대  내무반에서

전역대기자  신분으로  한  달여를  외인처럼   지내다보니

마음은  떨어지는  낙엽에  싱숭생숭  했던  탓이리라.

그  시절을  사진에  담아두고자  찍었던  몇  장의  사진이  그것이다.

대학을  다니다  군에  온  동료들은  3개월  혹은 한  달  반전에  전역을  했고

나만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스라소니  배회를  하듯

청록색  하의  운동복에  상의는  겨울  야전복  차림을  하고

육군  9사단  28연대  운동장  언덕의  커다란  미루나무  아래  

낙엽  쌓인  잔디에  앉아  무심히  카메라를  응시했던  스물  넷  그  시절의  눈동자를.

세월이  흘렀건만  그  순간이  마치  흐르지  않는  시공간처럼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후로  나에게는  예쁘고  착한  코코가 

찾아왔고,  기적처럼  또  나를  닮은  두  아들이  생겨서나와  그들도

전역을  한  지  오래이건만.  가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