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과  바람과  물은  화초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영양분이다.

이  모두가  적절한  균형과  배합을  이뤄야  잘  자란다.  그래서인지  실내에서 

화초를  잘  키우는  일은  꽃집의  아저씨  말과는  다르기  일쑤다.  

특히나  화분의  이동을  수월하게  한다는  이유로  또

화분의  흙을  줄여보잔  속셈으로  화분  아래  두텁게  까는  하얀  스치로폼 

때문에  화초는  얼마가  지나면  생장이  왕성할  수가  없다.

야생  난을  전문으로  하는  녹보원  원  선생에게서  얻은  문주란도 

사무실  창가에  두고  나름  물과  통풍을  해주었건만  

언제부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축  늘어뜨린  잎에  흙먼지  같은  것이  앉았기에  

만졌더니  지독한  진딧물이었다.  

녹물  같은  분비물이  쓸려나왔다.

이레  키워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아파트  화단에  옮겨  심고 몇  번의  비가  내리고 

기다렸더니  속잎이  맹동하고  잠망경  같은  이파리를  내밀었다.

겉옷처럼  두툼하게  감싸고  있던  아랫도리도

계절을  만난  아가씨  다리  같이  매끈하다. 

이제야  다시  꽃을  피우고  호두알만한  크기로  부력을  담은  

열매를  만들어  어느  날에  폭우를  따라  바다에  이르고 

태평양을  건널  꿈을  키우고  있으리.

문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