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갑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제트기류를  밀어내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  탓이란다.

춥다기라기보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는  때문이겠지.

얼마  전  구입한  동갑내기  권대웅  시인의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 을  훌쩍  읽었다.  요즘  나의  게으름에도

겨울  밤하늘  달넘어  가듯  술술  읽혔다.

책장에  넣기  전  몇  문장이  눈에  밟힌다.

동갑내기라  그런지  산문들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자전거를  탄  풍경에서도  그렇다.  그는 이렇게 썼다.

자전거를  탄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자전거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들판과  하늘과  노을과

구름과  길  때문이다.

아니다.

자전거를  둘이  타고  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뒤에  앉은  사람  때문이다.  돌아보지  않아도  늘  뒤에  있을  것  같은  사랑.

그리고  허리를  꼭  부둥켜안은  손.  땀  냄새가  나더라도

믿음직한  넓은  등짝에  기댄  얼굴.

자전거는  네  바퀴가  아니고  두  바퀴어서  더  아름답다.

삶이란  그렇게  아슬아슬한  길을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가며

두  바퀴로  달리는  것과  같다.

온  몸으로  부딪히는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이  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사랑도  그런  것이다.

둘이  서서  네  발로  가는  게  아니라  둘이서  두  발로  가는  것.

당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나도  바라보는  것.

당신  마음에  내  마음이  앉아  있는  것.

둘이서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  것.

기다려주고  편들어  주는  것.

미워도  다시  한  번  껴안아  주는  것.

강물이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기쁨처럼,  햇빛이  꽃잎을  만나러  가는  기쁨처럼,

둘이  함께  살아가는,  살아내는  그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