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 100만시대 ... 늙고 병든 몸 갈 곳이 없다

"할머니, 몸 좀 빨리 뒤집어 봐요."

지난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양시의 A요양원 1층 샤워실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성 요양보호사가 폭 50㎝ 정도의 좁은 간이침대에 누운 할머니에게

신경질을 내며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이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기관으로 월 이용료가 35만원이다.

환자 49명은 중증 장애나 치매를 앓아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의 노인들이다.

노인들이 생활하는 2층의 한 방 안에는 누렇고 딱딱해진 밥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고,

바닥에선 오물 냄새가 났다. 이곳 관계자는 "특별히 청소는 안 한다.

노인들은 음식을 먹다 대·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걸레로 닦아 낸다"고 했다.

이런 방에서 노인들은 밥도 먹고 잠도 잤다.

노인(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51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536만명으로 1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환자는 2002년 49만9000명에서 2008년 95만2000명으로 늘었다.

노인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진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3년 4조4008억원에서

지난해 12조3458억원으로 6년 새 3배나 증가했다.

노인 환자 문제는 앞으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인 환자들이 거치는 요양시설들은 지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요양시설은 올 6월 현재 3311개로 5년 사이 6배로 급증했지만,

환자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요양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자식들은 노부모를 맡길 만한 요양시설이 마땅치 않아 전국을 헤맨다.

일부 요양시설 업자들은 영리만 신경 쓰며 환자들의 인권까지 침해하며 푸대접하고 있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대한민국은 늙기 두려운 사회가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2010년 9월 28일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