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선  3교  융합을  나침반  삼고,  기독교  성경에도  조예가  깊은

탄허  스님의  저서  「탄허록」을  만난  것은  근래  나의  복이요  행운이다.

꽃  피고  꽃  지는  서기  2021년  봄,  혼미했던  나의  정신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는  부처가  이  땅에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갈하게  정리하고  있다.

도(道)에  통한  사람은  몸뚱이를  그림자로  본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삶을  간밤에  꾼  꿈과  같다고  생각한다.

간밤에  꿈을  꾸고  다닌  사람이  꿈을  깨고  나면

꿈속에서는  무언가  분명히  있긴  있었으나  헛것임을  알듯이  삶  또한  그렇게  본다.

삶을  이와  같이  여기는  탓에  육신을  굳이  오래  가지고  있으려  하지  않고,

현실이  꿈이자  환상인  줄  아니  집착하는  바가  없다.  결국,  천당도  지옥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  육신을  벗으려고  들면  향(香)  한  개  피워  놓고

그것이  다  타기  전에  마음대로  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생에게는  나서  멸함이  있고,

몸뚱이  에게는  죽음이  있으며,  1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고,

세상에는  일었다가  없어짐이  있으나,  오직  도인(道人)에게만  생사가  붙지  않는다.

혹자는  도인도  죽는데  어찌  생사가  없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겉을  보고  하는  소리다.  옷  벗는  모습을  보고  죽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세상  사람들은  이  ‘옷’을  자기  ‘몸’으로  착각한다.

그러다  보니  죽음의  경계에  걸린다.

그러면  도인이나  성인은  무엇을  자기  몸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몸  밖의  몸,  육신  밖의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  좀  어렵게  말하면

시공이  끊어진  자리,  이것을  자기  몸으로  안다.

시공이  끊어진  자리란  죽으나  사나  똑같은  자리,

몸을  벗으나  안  벗으나  똑같은  자리,  우주가  생기기  전  시공이  끊어진  자리,

생사가  붙지  않는  자리를  뜻한다.  부처는  바로  이  ‘자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  오셨다.

이  세상이  한바탕  꿈이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