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는  내  마음에도  일말의  고요가  있다.

텅  빈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듯.

깊은  산속의  옹달샘이  흘려보낸  물만치  새  물을  채우려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느티나무  아래서

이제는  고인이  된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선방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를  마저  읽었다.

긴  여운이  남는다.

끝없는  유혹의  세상에서  칠십여  생을  한눈팔지  않고

제  갈  길을  충만하게  걸었던  두  사람.

책은  2010년  3월  11일  법정이  입적을  하고,

그  월  중순  최인호  작가가  항암  투병  중에  길상사를  찾아

들어가고  나오는  사이에  대담을  배치했다.

마치  길상사  경내를  몰래  함께  걸으며

두  분의  대화를  엿듣는  재미를  더해  주는  구성이다.

2003년  4월의  대담이었으니,

그때  법정은  7년  후  입적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작가  또한  병과는  거리가  먼  호시절의  봄날이었으니,

둘의  진솔한  대담은  더욱  마음을  울린다.

군데군데  밑줄을  그어  가며  읽었다.

법정  스님은  30대  말에  쓴  「미리  쓰는  유서」에서

이렇게  유언을  남겼다.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이다.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나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런  별나라……. “

글을  접는  책  말미에  사진이  한  장  들어  있는데,

요사채가  보인다.  요사채  앞뜰의  잔디밭,  잔디밭 가에

파초  서너  그루,  그리고

커다란  후박나무  아래  조그만  사각  대나무  울타리,

바람이  오가고  새가  지나고  흙냄새가  나는,  길 없는 길에

법정의  유골을  모신  구부러진  작은  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