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얇은  솜사탕  같은  안개가  덮여  있다.

안개는  소리없이  바람길을  따라  흐른다.

들장미들이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로  부산하다.

앞뜨락  앵두가  익기도  전에  떨어져버리는

낙과를  방지하기  위해  돌돌말린  앵두나무잎과

진드기가  점령한  석류나무  여린  잎을  손으로  때주었다.

관리소에서  간혹  물약을  뿌리기는  하지만

화단의  병충해  예방으로  병이  든  이파리를  손으로

때주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인 게  없다. 

나는  요즘  공원을  산책하지  않는다.

공원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고요한  산책의  묘미는  맛볼  수  없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조프로그램은  구호와  노랫소리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아침을  여는  프로그램

이라기보다  훼방에  가깝다.

그들의  움직임  가운데  빠지지  않는  구호와  율동이  있는데, 

‘뻥 ~ 가슴’  ‘가슴 ~ 뻥’  ‘가슴가슴 ~ 뻥뻥’  ‘뻥뻥 ~ 가슴가슴’ 이다.

앞부분을  선창하면  뒷부분을  후렴한다.

오죽  가슴이  답답하면  저럴까도  생각해보지만

이른  아침에  일정한  리듬으로(간혹은 음악을 틀고)  아랫배를  두드리며

근  반  시간에  걸쳐서  반복하는  구호와  율동은

조용한  산책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곤욕스럽게  한다.

그러다보니  공원엔  들어서지  못하고  에둘러  아파트 단지를

걷곤  한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엔 300여  미터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숲길이  있다.

이  나무는  높이가  35미터  지름이  2미터  가까이  자라는

낙우송과의  낙엽  침엽  교목인데,  아파트  단지  내에  20년 전

줄지어  심었다는  것이  쉬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

언젠가  나무  높이가  5층  높이의  아파트를  위협한다며

무지한  민원을  못  이겨  관리사무소가  나무의  꼭대기를  동강  잘라냈지만

그  잘린  꼭지에서  또  다른  꼭지가  삼지창처럼  자라나

저  푸르른  오월의  하늘을  받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우람한  남성미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여성의  몸매처럼  매끄럽고  아름다운  것도  있다.

가만히  손바닥을  대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함이  전해온다.

메타세쿼이아가  하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