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는  인류의  희망.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공원에도  거리에도  놀이터에도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다.

심심한  비둘기들이  공원  잔디밭에  눌러앉아

한쪽  눈으로  지나가는  나를  일제히  쳐다본다.

열여섯  마리.  나도  저들을  바라본다.

서로  눈이  닮았다.  갈색의  눈.

무슨  생각인가  스치는데  알  수는  없다.

먼  옛날  저들은  나였을까.  언젠가  나는  저들이었나.

힘과  지배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에게

하나님은  선물을  주신다.  그것은  하나님이 베푸신  자연의  잔치를

즐기고  맛보는  은총이다.

걸림이  없는  시원한  바람과 그늘,  끼어들  근심이  없이 

얽히지  않는  침묵의  밝음과  맑음 그리고

스스로  노니는  자연의  모습이여!

확실히  어떤  일과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하나님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시간은  마구  흘러가고  인생은  어느새  늙어버리는 것.

힘과  지배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좋은  글도  쓰여  지지  않는다.

오늘  늦은  산책에는  바람에  송화  가루  날리는  모습을  보았다. 

송화는  옅은  노란색이라기보다  곱게  빻은 

고소한  인절미  떡고물색에 가깝다.

바래져가는 주홍빛의 영산홍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별  같다.   

단풍나무꽃이  열매로  변해  바람개비를 달고

먼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푸르른  창공의  비행기는  지나가버린  내  유년의  하루처럼

솜사탕  같은  두  줄기  바퀴자국을  남기며  어디론가

멀리  멀리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