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조 尖鳥  까치  두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비행하며

짐짓  나를  알아보는  듯했다.

나는  모른  체했다.  여느  날처럼  저들의  꽁지  밑으로

태연자약하게  이른  아침을  걸었다.

기실  나는  어젯밤  늦은  시각에

저들의  잠을  한꺼번에  깨운  죄가  있다.

아들  황이의  입증 立證  성화  때문.

메타쉐콰이어  삼분의  이  높이에서  가지잠을  자는

저들의  무거운  눈꺼풀  아래를  지나며 

나는  하지  말아야  할  독수리  날갯짓을  해댄  것이다.

잊히고  있던  천적 天敵의  기억을  깨웠던  것일까.

백여  마리의  까치는  검은  하늘로  일제히  날아올랐고

한동안  착지점을  찾느라  안절부절  소동이  일었다.

소란도  한참을  이어졌는데  아마도 

앞쪽과  뒤쪽의  네  마리  첨조를  향한

지도자그룹  까치들의  야단과  취조  같은  것이리라.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에는  T 자  길이  있는데

바람  길을  막아주고  사람의  통행이  적어  저녁이면

높다란  나뭇가지들이  까치들의  아파트를  이룬다.

심야  보초는  양쪽  맨  끝에  한  마리씩,

길이  갈라지는  가운데는  등을  맞대고  두  마리가  매일  조를  이뤄  선다.

조  녀석  까치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