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때면  20여  가구가  살았던  내  고향  해남

두륜산  자락의  현산면  안평리에서는  초가집  지붕 

이엉  얹기가  막  시작되었다.

마치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  마냥

작업은  새끼줄과  이엉이  준비된  순서대로  진행됐는데

이는  한  둘이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어서다.

또  날씨가  추워지기  전  동네사람들이  함께  날을  잡아

달라붙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작업은  일일  두  집씩  10여일  남짓  걸렸다.

그러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기일을  맞추려고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경쟁하듯  새끼  꼬기와  이엉을

트는  모습이  집집마다의  풍경이었다.

너비가  족히  오십  보가  되는   넓은  냇가에  자리한  방  두개짜리 

우리  집  초가지붕도  이엉  얹기  작업을  했는데,  나는  매년 

아버님의  준비과정부터  야무진  솜씨를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고  늦은  저녁이며  혹은  고구마로  점심을  대신

하며  양지  바른  마당에  주저앉아  새끼와  이엉  꼬기에

여념이  없으시던  그  때의  아버님  얼굴과  부르튼  손등이  떠오른다.

지금도  하나님의  나라에서  아버님은

추억의  소일거리  삼아  새끼  꼬기와  이엉을  틀고  계시는  건  아닐까. 

사랑합니다.  아버지.

새  이엉을  얹은  초가지붕은  털옷으로  갈아입은  마냥  산뜻했다. 

그  날  저녁  어머니의  밥  짓는  저녁연기는

맵지도  않고  새하얗고  구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