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를  다녀왔다.  매  해  월동용  김치를  손수  담가

자신을  쏙  빼어닮은  큰딸에게  한결같이  보내주시던  장모님이

얼마  전  손목을  다쳐서다.

김장을  하려면  아무래도  부러진  손목에  무리가  갈  성  싶고

나이가  드시면서  외로움도  더하는 듯하여  아내를  졸라 

김해로  향했던  것이다.

김치  맛  절반을  좌우하는  김장배추는  먼  친척으로부터

구해  온  것인데  칠십여  포기의  배추는  보기에도 

크지  않으면서  속살이  곱고  맛은  달고  부드러웠다.

팔에  깁스를  하신  어머니  지휘에  따라

준비된  고무신으로  가라신고  아내와  나  그리고  아버님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배추의  노란  속살이  드러나도록  아버님이  잘  갈아  둔

큰칼로  배추를  크게  한  번  가르고  또다시  한  번은  갈라진

반쪽  배추  밑동에  작은  칼집을  내었다.

아버님이  뜨겁지  않게  데운  물을  커다란  세  개  고무통에  붓고

맛  좋은  소금을  살짝  간하여,  배춧잎  사이로  굵은  소금을  뿌린

김장배추를  데쳤다.    

배추의  숨을  죽이고  잎을  부드럽게  해  양념이  잘

묻도록  하기  위함인데  고무통  안의  배추숨은  생각처럼

그렇게  쉬이  죽는  것이  아니었다.

짜지  않게  간수가  골고루  베이도록  고무통의  배추를  두세  번

번갈이  하고,  아직  뻣뻣한  것은  골라  뿌리  쪽에  소금을  더했다.

그리고  일정  간격으로  고무통  물을  서  네  번  물갈이  하고서야  아침을  맞았다.

민물새우가  들어간  어머니  특유의  김치  양념을  묻히기  쉽도록 

적절한  거리에  배추를  꺼내  옮겼다.  적당히  물기가  빠진  배추에 양념이 

맛있는  냄새로  연하고  보드랍게  접착했다.

양념하는  일은  허리가  끊어질  듯  더  아팠다.

이처럼  고된  과정을  거쳐  만든  김장을  매해  보내오셨다니..

어머니  아버님께  절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김장을  맛볼  때마다  어머니  아버님이  생각이  난다. 

하늘로  돌아가시는  날  후회  없도록  잘해드려야겠다. 

내년에는  아이들을  대동하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