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는  立秋가  지나서일까.

날씨는  후덥지만  제법  하늘에  흰  구름이  수수대마냥  높고

잠자리들의  비행은  가볍고  여유롭다.

아침과  저녁  산책길에  생각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부질없이  부산함과  무거움을  발견했다.

의식적으로  <나,  지금,  여기>에  집중하니  좋다.

지금  이  순간  이곳은  하나님이  임재하신  시공간이다.

그러니  나는  하나님  안에  하나님은  내  안에도  계신다.

졸참나무  잎들이  아침  햇빛과  건강한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며,  커져가는  밤송이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이  아침에

오늘  하루에도  나의  일을  통해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기를  기도드리는  것은

주님이  일에  부여하신  엄청난  존엄을  담아내지  못할  만큼 

하찮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는  단순한  노동도

신학적  진리를  탐구하는  활동과  조금도  다름없이  하나님의  일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정원사였으며  신약에서는  목수였다.

창조주는  물질세계를  지으시고

인간들로  하여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식의  노동을  통해  개발하고,  양육하고,  보살피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