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3일의  날은  흐리다.

언제나  푸른  하늘이  있기에  또  밝은  햇빛이  있기에

간혹  이런  흐린  날씨에도  정겹다.

꿈인  듯  생시인  듯  회색의  아침이  살짝  안개에  쌓여  있다. 

어디선가 포근하게 봄이 오고 있다.  아니다.  벌써  내  마음한켠에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공원의  잔디를  두텁게  덮고  있던  플라타너스  잎들을

고마운  공원관리인이  갈퀴로  긁어  한  쪽으로  모아두었다.

드디어  쿵쾅대는  잔디  숨소리도  들린다.

햇볕이  나오면  새싹을  준비하는

잔디들의  발걸음도  바빠지리라.

오늘  아침에는  참새들의  긴급회의가  있나  보다.

50여  마리의  참새들이  키  낮은  느티나무  잔가지에  모여  있다.

가까이  다가서도  중요한  안건인지  날아가지  않고

알듯말듯한  소리로  재잘거린다.

참새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었으니  서로의  역할을  분배하고

변함없이  사랑하자고  다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예의  없는  직박구리와  폭력성  다분한  까치들과  또

나눌  줄  모르는  비둘기들과의  이  공원에서의  공생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간  밤  가랑비에  젖은  흙  길이  보드랍다.

솔잎에는  이슬이  맺혀  있다.  나무와  잔디와  참새와  안개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서로에게  보시(普施)하는  뜨거운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