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폴  눈  내린다.

아침  산책길에  하나  둘  날리던  눈송이들은

이제  제법  부산하게  내린다.

화살나무에  맺힌  주황색  씨앗이  아리다.

화살처럼  멀리  가지  못하고  날리는  눈발만큼의  거리에

톡  하니  떨어진다.

봉재산  자락에  들  때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

모자를  벗으면  바람소리며  겨울나무  냄새와

땅  속  생명들의  두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산길을  돌며  아버지께  감사기도  외에

요청기도를  한  개  올렸다.  귀  밝은  까치와  청솔모가

들을까봐  묵언으로  드렸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킨  적  없으시므로

주님의  뜻대로  이뤄주실  것이다.  

봉혜가  아침밥  대신  고구마를  맛있게  찌고  있다.

침묵  속에  눈은  비스듬히  질서  있게  내린다.

하늘에도  눈송이들이  타고  내려오는  길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