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다.

북쪽의  두만강과  용흥강에,  남쪽의  남대천과  태화강  섬진강으로..

3년이  넘어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율이  높지  않은  것은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알래스카의  바다로  나가고  돌아오는  길에  어부와  새와

곰과  더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혀서라고  한다.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말미에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  연어를  통찰한  글이  있다.

인생도  연어  같다는  생각에  나의  몸도  파득댄다.

연어는  태어나서부터  바다로  나갈  때까지의  1년여의  기간에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기억하고,  회유를  한  후

그  냄새에  의존하여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온다.

연어는  아주  오래전  담수에서  살았지만  언제부턴가

풍부한  먹이를  구하려고  비의  양이  풍부해  염분이  낮은

알래스카  바다로  나가는  것인데,

연어는  바다로  나가며  자신이  태어난  강물이  흘러나오고  있는지를 

탐색하면서  이동한다고  한다.  어떻게  그  넓은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을  잡는지는  몇  가지  가설이  있긴 

하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나와  봉혜는  어디쯤에  돌아가고  있는  길일까?

또  두  아들은  먼  알래스카의  바다로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훈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인간의  언어가  몽매한  동어반복의  지옥을  헤매는  동안에도

알래스카  바다에서  되돌아오는  젊은  연어들은

기어코  극동의  조국,  한반도의  동쪽  하천으로  올라와서

알과  정액을  쏟아내고  암수가  함께  죽는다.

죽기에서  실패하는  연어는  없다.

종족의  한  세대가  다  함께  죽어서

허연  배때기를  뒤집고  쓰레기처럼  떠내려가면서

그  마지막  육신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보시한다.

이  장엄한  떼죽음의  하천이  신생(新生)의  자리이다.

그것들의  개별적  목숨은  종족의  영원성  속으로  소멸하는데,

이  소멸  안에서  삶과  죽음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어

본래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되어진  것들의  힘은  무섭다.

한줄기  조국  하천의  모성은  태평양을  건너간  내  자식들을

기어코  불러들여서  그  물냄새  속에서  죽고  또  태어나게  한다.

연어들은  그  하천의  모성에  투항하고  귀순한다.

자연과학의  지식을  녹여내고  또  넘어서서,

운명에  투항함으로써  운명을  완성하는  업(業)의  두려움과  아름다움,

그  허무와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