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서백선(退書百選) 

퇴계  이황 편지  백  편 / 도서출판 수류화개  / 이정로 엮음, 박상수 번역

조선  중기  유학자로  주자(朱子)의  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형성하였고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했던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편지를

소은(小隱) 이정로가  엮은  퇴서백선(退書百選)  1회  독을  마쳤다.

그가  떠난  지  453년  나는  먼발치서나마  그를  만났다.

호  퇴계처럼  그의  글은  나긋나긋  흐르는  산골의  조용한  냇물  같았다.

인간사  세상을  멀리하려  애쓰고  수차례  임금이  주는  벼슬을  마다하면서

산속으로  들고자  했던  오롯한  그의  마음이  서신  속에서  읽힌다.

예나  오늘이나  인간사  변함이  없다.  후대를  향한  그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만사를  조심하고  곱씹어  사람을  살피면서  무릇  일상생활  곳곳에  가득  차  있는  이(理)와

타고난  기(氣)를  다스려  천리(天理)를  따라  살고자  했던  그의  인품이  그립다.

오늘날  그런  스승  없는가를  둘러보다가  매년  나는  안동의  도산  서원  내  퇴계서당을  찾는데,  

올해도  토방  마루에  앉아 그를 그리워했다.  퇴계가  손자  안도(安道)에게  보낸  편지가 

책  말미서  눈에  띈다.  두  번이나  상처(喪妻)한  그였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이렇게  썼다.

무릇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니,  아무리  친하고  가깝더라도

바르고  삼가야  하는  처지다.  군자의  도는  부부로부터  시작된다.

세상  사람들이  예와  공경을  모두  잊어버리고  급하게  흉허물없이  가깝게  지내

서로  업신여기고  능멸하여  못하는  짓이  없게  되니,  모두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안을  바르게  하려면

마땅히  시작을  삼가야  하니,  천만  번  경계하여라.